잡록JAPROK MAGAZINE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의 답은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곁에 있기로 정하는 거예요

멀티버스 이야기의 재미는 다른 나를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2022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서 다른 우주의 나는 하나같이 더 잘된 버전이에요. 배우가 됐고, 요리사가 됐고, 무술 고수가 됐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는 멀티버스를 후회의 목록으로 씁니다.

핵심 요약

  • 다른 우주의 나는 전부 더 잘된 버전이에요. 멀티버스가 곧 후회의 목록입니다.
  • 가능성이 무한하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는 허무주의가 이 영화의 진짜 상대예요.
  • 그리고 답은 의미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의미가 없어도 곁에 있기로 정하는 쪽입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는 멀티버스를 후회로 씁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의 설정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다른 선택을 한 내가 다 살아 있다.

그런데 그 다른 나들이 전부 더 낫습니다. 이게 중요해요.

가능했던 삶 지금의 삶
배우, 요리사, 고수 세탁소 주인
주목받는다 영수증을 센다
선택이 열려 있었다 선택이 다 지나갔다

이 배치가 만드는 감정은 경이가 아니라 후회입니다. 놓친 선택이 10년 치씩 쌓여 있는 셈이니까요.

보통 멀티버스물에서 다른 세계는 모험의 무대예요. 그런데 여기서는 내가 안 간 길의 목록이 됩니다.

그리고 무대가 세탁소와 세무 감사라는 게 결정적이에요. 가장 지루하고 가장 사소한 자리거든요.

무한한 우주를 오가면서 실제로 하는 일이 영수증 정리라는 대비. 이게 이 영화의 첫 번째 농담이면서 동시에 주제입니다.

이 배치 덕분에 관객이 이 인물에게 곧바로 붙습니다. 화려한 삶을 놓친 감각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착각 주의

이 글에는 전개와 결말의 방향이 나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여기서 멈추시는 게 좋아요.

가능했던 삶과 지금의 삶
항목
가능했던 삶
지금의 삶
직업
배우, 요리사, 고수
세탁소 주인
일상
주목받는다
영수증을 센다
선택
열려 있었다
다 지나갔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의 베이글과 눈알 스티커

이 영화에는 두 이미지가 마주 놓여 있습니다.

이미지 만드는 방법
모든 것을 올린 베이글 다 넣는다 다 넣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됨
눈알 모양 스티커 아무것도 아닌 걸 붙인다 붙이면 그것이 무언가가 됨

이 대칭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의 논증입니다.

한쪽은 무한한 가능성이 곧 무의미로 간다고 말합니다. 다 가능하면 뭘 골라도 상관없고, 상관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죠.

이건 논리적으로 강한 주장입니다. 반박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다른 쪽은 논리로 반박하지 않습니다. 그냥 붙입니다.

아무 의미 없는 물건에 눈을 붙이면 그게 얼굴이 되죠. 없던 의미가 생기는 게 아니라 붙인 사람이 만든 겁니다.

여기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의 답입니다. 의미는 발견하는 게 아니라 붙이는 것.

그리고 이 답은 허무주의를 이기지 않습니다. 허무가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요.

대신 그래도 붙이겠다고 합니다. 이게 논쟁이 아니라 태도라는 점이 중요해요.

작품 정보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영화진흥위원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흔한 오해예요

이 영화는 허무주의를 이기지 않습니다. 틀렸다고 말하지 않아요. 대신 그래도 붙이겠다고 합니다. 논쟁이 아니라 태도예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에서 의미를 붙인다는 것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에서 의미를 붙인다는 것

에브리씽 에브리웨어가 이기는 방법은 설득이 아닙니다

후반의 대결이 특이합니다.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아요.

흔한 해결 이 영화
논리로 설득한다 설득이 안 통함
힘으로 이긴다 이겨도 소용없음
희생으로 감동시킨다 붙잡고 안 놓음

세 번째 줄이 이 영화가 고른 방법입니다. 계속 옆에 있는 것.

이게 왜 유효하냐면, 상대가 겪는 게 논리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모든 게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상태는 설명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옳은 말을 들려줘도 그 말이 안 닿거든요.

그럴 때 실제로 작동하는 건 누가 안 가고 옆에 있는 것입니다. 그게 이 영화의 결론이에요.

그리고 이 결론이 앞의 이미지와 이어집니다. 곁에 있기로 정하는 것도 일종의 붙이기니까요.

이 인물에게는 딸이 무의미하지 않아서 지키는 게 아닙니다. 지키기로 정해서 의미가 생기는 거예요.

순서가 뒤집혀 있다는 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의 발견입니다. 의미가 먼저 있고 행동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 행동이 먼저고 의미가 따라옵니다.

다시 볼 때 확인할 것


다른 우주의 나가 어떤 삶인가


베이글이 나오는 장면에서 무슨 말을 하는가


돌멩이 장면에서 무엇이 붙어 있는가


마지막 대결에서 실제로 하는 행동이 무엇인가

정신없다는 비판도 맞습니다

걸리는 부분을 적습니다.

하나, 정보가 너무 빠르게 들어옵니다. 규칙 설명과 농담과 액션이 겹쳐서, 한 번에 다 따라가기가 벅차요.

둘, 감정 전환이 급합니다. 웃긴 장면에서 슬픈 장면으로 준비 없이 넘어가는 구간이 있습니다.

셋, 결론이 단순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그 복잡한 설정을 다 거쳐서 도달한 답이 서로 다정하게 굴자에 가깝거든요.

이런 관객에게 맞는지
과감한 형식을 즐김 아주 잘 맞음
차분한 전개를 원함 피곤할 수 있음
철학적 결론을 기대함 단순하게 느껴질 수 있음

세 번째 항목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2시간 남짓한 러닝타임 끝에 도달한 답이 단순한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 단순함이 생각을 덜 해서 나온 게 아니에요.

허무주의를 논리로 이기려면 더 강한 논리가 필요한데, 그런 건 없습니다. 실제로 철학에서도 그 논쟁은 안 끝났어요.

그래서 이 영화는 논리로 이기기를 포기합니다. 대신 그래도 산다는 자리를 고르죠.

이건 지적으로 게으른 게 아니라 솔직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답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그다음을 말하는 거니까요.

함정

이 영화를 멀티버스 액션으로 기대하면 어긋납니다. 화려한 장면은 재료고, 다루는 건 세탁소에 있는 사람의 하루예요.

누구에게 맞을까
장점
+과감한 형식을 즐기는 관객 — 아주 잘 맞습니다
단점
차분한 전개를 원하는 관객 — 피곤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 결론을 기대한 관객 —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정신없다는 비판도 맞습니다
정신없다는 비판도 맞습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정리하면

다시 그 다른 나들로 돌아갑니다.

하나, 이 영화의 멀티버스는 후회의 목록입니다. 다른 우주의 나는 전부 더 잘됐어요.

둘, 베이글과 눈알 스티커가 마주 놓입니다. 다 넣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붙이면 무언가가 돼요.

셋, 이기는 방법은 설득이 아니라 곁에 있는 것입니다. 무의미하다는 감각은 설명으로 안 풀리니까요.

2023년 아카데미에서 크게 인정받았지만, 이 영화의 힘은 상이 아니라 순서를 뒤집은 데 있습니다.

기억할 문장은 하나예요. 이 영화의 답은 의미를 찾는 게 아니라, 의미가 없어도 곁에 있기로 정하는 것입니다. 의미가 먼저 있고 행동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 행동이 먼저고 의미가 따라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정신없다던데 볼 만한가요?

초반이 특히 빠릅니다. 다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인물의 감정만 따라가면 충분해요. 규칙은 필요할 때 다시 설명해줍니다.

Q멀티버스 설정을 잘 몰라도 되나요?

됩니다. 다른 선택을 한 내가 있다 하나만 알면 돼요. 나머지는 농담에 가깝게 쓰입니다.

Q결론이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

단순한 건 맞습니다. 다만 허무주의를 논리로 이기는 답은 애초에 없어요. 이 영화는 그걸 인정하고 그래도 산다는 자리를 고른 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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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의 해석은 글쓴이의 의견이에요. 작품 이해에 필요한 범위에서 전개와 결말의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본문에서 다룬 철학적 개념은 작품을 읽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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