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록JAPROK MAGAZINE

바비의 가장 정직한 부분은 자기가 상품이라는 걸 숨기지 않은 거예요

이 영화의 가장 이상한 조건부터 봅시다. 장난감 회사가 만든 영화인데, 그 안에서 그 회사를 조롱합니다. 2023년에 개봉한 바비는 자기 상품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 상품을 팝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지가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흥미로운 각도예요.

핵심 요약

  • 브랜드가 만든 영화가 그 브랜드를 조롱합니다. 비판이 상품 안에서만 가능한 구조를 그대로 보여줘요.
  • 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숨은 축입니다. 억압하는 방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워 오는 것이거든요.
  • 그리고 이 영화는 자기가 상품이라는 걸 숨기지 않습니다. 그게 가장 정직한 부분이에요.

바비는 자기를 만든 회사를 조롱합니다

바비 안에서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회사가 우스꽝스럽게 그려져요.

이런 자기 비판은 광고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는 수위가 특이하게 높아요.

흔한 자기 비판 이 영화
과거를 반성한다 지금도 문제라고 한다
가벼운 농담 구조를 지목한다
결국 브랜드를 띄운다 그것도 결국 그렇게 됨

세 번째 줄이 바비의 딜레마입니다.

아무리 세게 비판해도 결과적으로는 브랜드가 이득을 봅니다. 화제가 되고, 팔리고, 이미지가 새로워지니까요.

그러니까 이 비판은 브랜드 바깥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안에서만 가능해요.

여기서 갈립니다. 이걸 영리한 마케팅으로 볼지, 가능한 최대치로 볼지요.

저는 후자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유는 바비가 그 사실을 숨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결국 인형을 판다는 걸 화면에서 계속 드러냅니다. 순수한 척하지 않아요.

순수한 척했다면 훨씬 나빴을 겁니다. 비판이 알리바이가 됐을 테니까요.

착각 주의

이 글에는 전개와 결말의 방향이 나옵니다. 아직 안 보셨다면 여기서 멈추시는 게 좋아요.

바비의 숨은 축은 켄입니다

바비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된 인물이 이라는 게 재미있습니다. 주인공이 아닌데요.

켄의 출발점을 보면 이유가 보입니다.

켄의 처지 내용
직업 없음. 부속으로 존재
없음
존재 이유 상대가 봐줄 때만 성립

이건 익숙한 자리입니다. 방향만 뒤집힌 거죠.

그리고 이 인물이 바깥세상에 나가서 다른 질서를 배워 옵니다. 남자가 중심인 세계요.

돌아와서 그 질서를 그대로 도입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잘 굴러가요.

여기가 바비의 날카로운 지점입니다. 억압하는 방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워 오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거든요.

켄은 원래 그런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배운 겁니다. 그리고 배운 이유는 그쪽이 자기를 인정해줬기 때문이고요.

이 설명이 정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이 나쁜 구조를 받아들이는 건 대체로 거기서 자기 자리를 얻기 때문이거든요.

작품 정보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영화진흥위원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놓치는 장면

켄은 원래 그런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배워 온 겁니다. 그리고 배운 이유는 그 질서가 자기를 인정해줬기 때문이에요.

바비에서 켄이 서 있던 자리
바비에서 켄이 서 있던 자리

바비가 켄에게 주는 답

후반에 켄이 도달하는 답이 바비의 결론입니다.

권력을 얻는 것도, 상대를 차지하는 것도 아니에요.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쪽입니다.

켄이 원했던 것 실제로 필요했던 것
상대가 봐주는 것 혼자서도 성립하는 것
중심에 서는 것 중심이 필요 없어지는 것

여기서 바비의 구조가 완성됩니다. 같은 답이 주인공에게도 필요했거든요.

주인공 역시 정해진 역할로 존재하는 인물입니다. 완벽해야 하고, 밝아야 하고, 팔려야 해요.

그러니까 둘의 문제는 방향만 다른 같은 문제입니다. 남이 정해준 자리로만 존재한다는 것이요.

이 대칭이 바비를 단순한 대결 구도에서 꺼냅니다. 한쪽이 이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양쪽 다 그 판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1959년에 처음 나온 인형이 60년 넘게 팔리면서 쌓아온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이미지를 부수는 대신 그것도 하나의 역할이었다고 말해요.

부수는 것보다 어려운 선택이라고 봅니다.

다시 볼 때 확인할 것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


켄이 바깥에서 무엇을 배워 오는가


그 질서가 왜 잘 굴러가는가


마지막에 두 인물이 얻는 답이 같은가 다른가

바비에서 비판할 지점

걸리는 부분을 적습니다.

하나, 주제를 대사로 설명합니다. 중반에 긴 독백으로 이 영화의 논지가 말로 정리돼요. 그 자체로 좋은 대사지만, 보여주는 대신 말해버린 건 사실입니다.

둘, 결론이 온건합니다. 구조를 지목해놓고 해결은 개인의 각성으로 마무리돼요. 판을 바꾸는 이야기까지는 가지 않습니다.

셋, 결국 팔립니다. 앞에서 말한 딜레마인데, 이건 이 영화의 잘못이라기보다 조건이에요.

이런 관객에게 맞는지
색감과 유머를 즐기고 싶음 아주 잘 맞음
구조적 대안을 기대함 아쉬움이 큼
설명적 대사를 싫어함 중반이 부담스러움

두 번째 항목이 가장 크게 갈린 지점입니다.

바비를 충분히 급진적이지 않다고 보는 쪽과 이 조건에서 최대치라고 보는 쪽이 있어요.

저는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다만 판단할 때 누가 만들었는지를 빼고 보면 정확하지 않아요.

브랜드가 자금을 대고 브랜드가 승인한 영화에서 브랜드를 없애자는 결론이 나올 수는 없거든요. 그건 영화의 한계가 아니라 영화가 놓인 자리의 한계입니다.

함정

이 영화를 브랜드가 반성했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반성은 화제가 되고 화제는 판매가 돼요. 영화도 그 사실을 화면에서 인정합니다.

바비에서 비판할 지점
바비에서 비판할 지점

바비, 정리하면

다시 그 이상한 조건으로 돌아갑니다.

하나, 브랜드가 만든 영화가 그 브랜드를 조롱합니다. 그리고 그 비판은 브랜드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요.

둘, 켄이 숨은 축입니다. 억압하는 방식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워 오는 것이고, 배우는 이유는 거기서 자기 자리를 얻기 때문이에요.

셋, 두 인물의 문제는 방향만 다른 같은 문제입니다. 남이 정해준 자리로만 존재한다는 것이요.

주제를 대사로 설명한 것과 결론이 개인의 각성에 머문 것은 분명한 약점입니다. 다만 그 한계의 상당 부분은 이 영화가 놓인 자리에서 옵니다.

기억할 문장은 하나예요. 이 영화의 가장 정직한 부분은 자기가 상품이라는 걸 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순수한 척했다면 비판이 알리바이가 됐을 테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아이와 같이 봐도 되나요?

색감과 유머는 밝지만 주제가 어른 쪽입니다. 사회 구조와 역할에 관한 이야기라 아이에게는 지루하거나 이해가 어려울 수 있어요.

Q인형에 관심이 없어도 볼 만한가요?

인형은 소재고 다루는 건 정해진 역할로 사는 일입니다. 브랜드를 몰라도 충분히 읽혀요.

Q왜 켄 이야기가 더 화제였나요?

켄의 처지가 익숙한 자리를 뒤집은 것이라 낯설게 보이거든요. 그리고 그가 억압의 방식을 배워 오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그려져서 설득력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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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의 해석은 글쓴이의 의견이에요. 작품 이해에 필요한 범위에서 전개와 결말의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특정 기업이나 상품을 권유하거나 비방할 의도는 없으며, 영화 속 회사 묘사는 창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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