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록JAPROK MAGAZINE

체인소맨이 불편한 건 주인공이 아무것도 크게 바라지 않아서예요

소년만화의 주인공은 대체로 큰 꿈을 갖고 시작합니다. 최고가 되겠다거나 세계를 지키겠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2018년에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의 주인공이 원하는 건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것입니다. 체인소맨이 낯선 이유가 여기서 시작해요.

핵심 요약

  • 주인공의 목표가 아주 작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자는 정도예요.
  • 이건 소박함이 아니라 가난의 결과입니다. 크게 바라본 적이 없어서 크게 못 바라는 거죠.
  • 그래서 목표가 이뤄질 때마다 다음이 안 생깁니다. 도달한 뒤가 오히려 비어요.

체인소맨의 주인공은 크게 바라지 않습니다

체인소맨은 취향이 크게 갈립니다

주인공이 원하는 것들을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원하는 것 수준
배불리 먹기 기본 생존
따뜻한 곳에서 자기 기본 생존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기본 관계

어느 하나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게 체인소맨의 첫 번째 특징이에요.

흔히 이런 인물을 소박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이 정확하지 않다고 봅니다.

소박함은 고를 수 있는데 작은 걸 고르는 태도예요. 그런데 이 인물은 고른 적이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빚에 시달리고 제대로 먹은 적이 없으면, 상상의 범위 자체가 좁아집니다. 더 큰 걸 바라본 적이 없어서 못 바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 인물의 작은 꿈은 미덕이 아니라 흔적입니다. 무엇이 없었는지를 알려주는 흔적이요.

이 설정 하나가 체인소맨에서 소년만화의 문법을 완전히 비틉니다. 목표가 작으면 여정이 짧아지거든요.

착각 주의

이 글에는 설정과 초중반 전개가 나옵니다. 폭력 묘사가 언급돼요. 아무것도 모른 채 보고 싶다면 조심하세요.

체인소맨은 목표가 작아서 도달한 뒤가 빕니다

여기가 체인소맨의 서늘한 지점입니다.

보통 소년만화의 목표는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계속 굴러가요.

그런데 이 주인공의 목표는 금방 이뤄집니다. 밥을 먹게 되고, 잘 곳이 생기니까요.

큰 목표 작은 목표
오래 걸린다 금방 이뤄진다
가는 동안 사람이 자란다 이룬 뒤에 멈춘다
못 이뤄도 방향이 남는다 이루면 방향이 사라진다

세 번째 줄이 문제입니다. 이룬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르게 돼요.

그래서 이 인물은 계속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입니다. 자기 목표가 없으니 남의 목표를 대신 수행하는 거죠.

이게 체인소맨의 가장 불편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주인공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방향이 없어서예요.

그리고 이 상태는 이용당하기 아주 쉽습니다. 원하는 게 작으면 그걸 주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니까요.

실제로 체인소맨에서 주인공을 움직이는 건 대체로 그를 먹여주는 쪽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가 애정인지 계약인지가 계속 흐려요.

관련 자료는 한국콘텐츠진흥원문화포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을 놓치기 쉬워요

원하는 게 작으면 그걸 주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이 작품의 관계가 애정인지 계약인지 흐린 이유예요.

체인소맨에서 주인공이 놓인 관계의 성격
체인소맨에서 주인공이 놓인 관계의 성격

체인소맨의 악마는 두려움에서 태어납니다

세계관 설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 세계의 악마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에서 힘을 얻어요.

많이 무서워하는 것 그 악마
널리 두려운 개념 아주 강함
덜 두려워진 것 약해짐

이 규칙이 만드는 결과가 있습니다. 힘의 크기를 사람들이 정합니다.

그러니까 이 세계에서 강해지는 방법은 훈련이 아니라 더 무서워지는 것이에요.

이게 앞의 이야기와 연결됩니다. 주인공은 바라는 게 없어서 이용당하고, 이 세계의 존재들은 무서워하는 마음을 먹고 삽니다.

양쪽 다 남의 마음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예요.

그래서 체인소맨에는 스스로 정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인물도 세계도 남의 감정에 따라 움직여요.

이 구조를 알고 보면 체인소맨의 혼란스러운 전개가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인물들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게 일관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원래 일관된 방향이 없어서거든요.

볼 때 확인할 것


주인공이 원한다고 말하는 것들이 무엇인가


그 목표가 이뤄진 뒤에 무엇을 하는가


그를 움직이는 사람이 무엇을 주는가


악마의 강함이 무엇으로 정해지는가

체인소맨은 취향이 크게 갈립니다

비판할 지점을 분명히 적습니다.

하나, 전개가 거칩니다. 감정이 쌓이기 전에 사건이 끝나고, 중요한 인물이 준비 없이 퇴장해요.

둘, 폭력 수위가 높습니다. 그리고 그 폭력이 가볍게 다뤄지는 순간도 있어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셋, 설명을 잘 안 합니다. 세계관의 규칙이 필요한 만큼만 나오고, 나머지는 알아서 짐작해야 해요.

이런 독자에게 맞는지
예측 안 되는 전개를 좋아함 아주 잘 맞음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을 원함 안 맞음
폭력 묘사에 민감함 부담이 큼

이 셋은 결함이면서 동시에 특징입니다.

주인공이 방향 없이 흘러다니는 이야기를 정연하게 그릴 수는 없거든요. 형식이 내용을 따라간 경우예요.

다만 그 말이 모든 거친 부분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의도된 거칠음과 그냥 덜 다듬어진 부분은 다르니까요.

2022년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그 거칠음을 정돈해서 옮겼는데, 그 때문에 원작의 결이 줄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체인소맨은 좋아하거나 안 맞거나가 뚜렷한 편이에요. 무난하게 좋은 종류가 아닙니다.

함정

이 작품을 성장물로 기대하면 계속 어긋납니다. 주인공은 크게 자라지 않아요. 자랄 방향이 없다는 게 이 이야기의 출발점이거든요.

체인소맨, 정리하면

다시 그 잼 바른 빵으로 돌아갑니다.

하나, 주인공의 목표가 아주 작습니다. 소박함이 아니라 크게 바라본 적이 없어서 생긴 흔적이에요.

둘, 목표가 작으면 이룬 뒤가 빕니다. 방향이 사라지니 남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돼요.

셋, 이 세계의 악마도 남의 두려움으로 강해집니다. 인물도 세계도 스스로 정한 게 없어요.

전개의 거칠음과 폭력 수위는 분명히 갈리는 지점입니다. 무난하게 권할 만한 작품은 아니에요.

기억할 문장은 하나입니다. 이 만화가 불편한 건 주인공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크게 바라지 않아서입니다. 바라는 게 없으면 누구든 그를 데려갈 수 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애니와 원작 중 뭘 보면 좋을까요?

2022년 애니는 연출이 정돈돼 있고, 원작은 훨씬 거칩니다. 이 작품의 결을 그대로 느끼려면 원작 쪽이 가깝다는 의견이 많아요.

Q많이 잔인한가요?

수위가 높습니다. 그리고 폭력이 가볍게 다뤄지는 순간도 있어서, 그 부분이 더 불편할 수 있어요. 민감하다면 권하기 어렵습니다.

Q설정이 어려운가요?

규칙 설명이 적습니다. 다만 무서워할수록 강해진다 하나만 잡으면 대부분이 읽혀요. 나머지는 짐작하며 봐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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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의 해석은 글쓴이의 의견이에요. 작품 이해에 필요한 범위에서 설정과 초중반 전개를 언급했습니다. 폭력 묘사 수위가 높은 작품이니 보시는 분의 상황을 고려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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