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록JAPROK MAGAZINE

장송의 프리렌은 오래 살면 무엇을 놓치는지에 관한 이야기예요

보통 판타지는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2020년에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거기서 시작해요. 첫 화에서 이미 모험은 끝나 있고, 함께 싸운 동료들이 하나씩 늙어 죽습니다. 장송의 프리렌은 승리한 다음의 시간을 다룹니다.

핵심 요약

  • 모험이 끝난 뒤에서 시작해요. 승리가 결말이 아니라 전제입니다.
  • 주인공은 아주 오래 사는 종족이라 인간의 10년이 그에게는 잠깐이에요. 이 비대칭이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 그래서 그가 인간을 알고 싶어졌을 때는 이미 늦은 뒤입니다.

장송의 프리렌은 끝난 다음부터 시작합니다

장송의 프리렌은 느립니다, 그리고 그게 형식입니다

장송의 프리렌은 구조부터가 뒤집혀 있습니다.

보통의 판타지 이 작품
모험이 본편 모험은 첫 화에 끝남
승리가 결말 승리가 전제
동료를 모은다 동료를 떠나보낸다

세 번째 줄이 장송의 프리렌의 성격입니다. 모으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내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이 구조가 만드는 효과가 특이합니다.

보통 모험물에서 동료는 앞으로 함께할 사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동료는 이미 지나간 사람이에요.

그래서 장송의 프리렌의 감정은 기대가 아니라 회상 쪽에 있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가 아니라, 그때 왜 그랬을까를 계속 묻거든요.

여기서 제목이 읽힙니다. 장송은 보내는 일입니다.

그러니까 장송의 프리렌은 처음부터 애도의 이야기라고 선언하고 시작한 셈이에요. 판타지의 옷을 입었을 뿐입니다.

착각 주의

이 글에는 기본 설정과 초반 전개가 나옵니다. 개별 회차의 결말은 밝히지 않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보고 싶다면 조심하세요.

장송의 프리렌에서 시간 감각이 다르면

장송의 프리렌의 핵심 설정은 주인공이 아주 오래 산다는 것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같은 10년이 사람마다 다른 크기이기 때문이에요.

같은 기간 인간에게 주인공에게
10년 인생의 큰 부분 잠깐
50년 거의 평생 한 시기
다시 만나자 구체적인 약속 언젠가

세 번째 줄이 이 작품의 비극을 만듭니다.

주인공은 나중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상대에게는 나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룬 일들이 그대로 영영 못 한 일이 돼요.

여기서 장송의 프리렌의 가장 아픈 지점이 나옵니다. 주인공은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

무심했던 게 아니라 시간의 크기를 잘못 계산한 거예요. 그리고 그 계산 착오는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이 설정이 판타지를 넘어서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도 같은 계산 착오를 하거든요.

부모님과 밥 한 번 먹는 일, 오랜 친구에게 연락하는 일.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못 하게 되는 것들이요.

관련 자료는 한국콘텐츠진흥원문화포털에서 볼 수 있어요.

놓치면 다른 영화가 돼요

주인공은 무심했던 게 아닙니다. 시간의 크기를 잘못 계산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 계산 착오는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장송의 프리렌이 다루는 시간 감각의 차이
장송의 프리렌이 다루는 시간 감각의 차이

장송의 프리렌에서 모으는 것과 기억하는 것

장송의 프리렌에는 대칭이 하나 숨어 있습니다.

주인공의 취미는 마법을 모으는 것입니다. 별것 아닌 마법까지 수집해요.

그리고 그가 못 하는 건 사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안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중요하다고 생각을 못 했던 거죠.

마법 사람
기록하면 남는다 기록해도 사라진다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다 다시 만날 수 없다
모으는 게 실력 모을 수가 없다

세 번째 줄이 결정적입니다. 사람은 수집이 안 됩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가 특이해요. 강해지려는 것도,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알고 싶어서입니다. 그것도 이미 없는 사람을요.

이 동기가 장송의 프리렌 전체를 굴립니다. 그래서 여정의 목표가 도착이 아니라 이해가 돼요.

그리고 이 구조 덕분에 전투 장면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장송의 프리렌에서 싸움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배운 것을 확인하려고 하는 쪽에 가까워요. 누가 무엇을 가르쳐줬는지가 계속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이건 싸움 장면으로 하는 회상입니다.

다시 볼 때 확인할 것


주인공이 미룬 일들이 무엇인가


같은 기간이 인물마다 어떻게 다르게 말해지는가


싸움 중에 떠오르는 기억이 누구의 것인가


이름을 다시 부르는 장면이 언제인가

장송의 프리렌은 느립니다, 그리고 그게 형식입니다

비판할 지점도 적습니다.

하나, 호흡이 아주 느립니다. 큰 사건이 드물고, 여러 회차가 작은 일로 채워져요.

둘, 갈등이 약합니다. 위기가 와도 대체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 질 것 같지 않아요.

셋, 목적지가 멀고 흐릿합니다. 여정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가 오래 안 정해집니다.

이런 독자에게 맞는지
정서와 여운을 좋아함 아주 잘 맞음
사건과 긴장을 원함 지루할 수 있음
조금씩 나눠 보고 싶음 잘 맞음

다만 이 셋을 결함으로만 보면 장송의 프리렌이 하려던 게 안 보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제가 시간의 크기인데, 그걸 빠른 전개로 그릴 수는 없거든요.

느린 호흡 자체가 주인공의 시간 감각을 독자에게 옮기는 장치입니다. 한 회차에 별일이 없어야 별일 없이 흘러간 세월이 실감되니까요.

2023년 애니메이션이 그 호흡을 더 늘려 잡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급하게 만들면 이 작품이 아니게 돼요.

함정

이 작품을 사건이 없어서 심심한 판타지로 요약하면 반대입니다. 사건이 없는 것 자체가 세월을 표현하는 방식이에요.

장송의 프리렌, 정리하면

다시 그 끝난 다음으로 돌아갑니다.

하나, 이 작품은 모으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제목이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둘, 시간의 크기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주인공에게 잠깐인 것이 상대에게는 인생의 큰 부분이에요.

셋, 그래서 알고 싶어졌을 때는 이미 늦은 뒤입니다. 무심했던 게 아니라 계산을 잘못한 거고요.

느린 호흡은 결함이 아니라 형식입니다. 별일 없이 흘러간 세월을 그리려면 별일이 없어야 하니까요.

기억할 문장은 하나예요. 이 작품이 다루는 건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면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입니다. 시간이 많다고 믿으면 미루게 되고, 미룬 것은 대체로 못 하게 되거든요.

자주 묻는 질문

Q판타지를 잘 안 보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세계관 설명이 거의 없고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중심이에요. 오히려 화려한 판타지를 기대하면 어긋납니다.

Q애니와 원작 중 뭘 보면 좋을까요?

애니가 이 작품의 호흡에 잘 맞습니다. 여백과 음악이 정서를 크게 살려요. 전개를 빨리 보고 싶다면 원작이 낫고요.

Q느려서 지루하지 않나요?

느낀다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그 느림이 세월을 표현하는 방식이라, 조금씩 나눠 보면 오히려 잘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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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의 해석은 글쓴이의 의견이에요. 작품 이해에 필요한 범위에서 설정과 초반 전개를 언급했습니다. 연재와 공개 시기 등 사실 관계는 공개된 자료를 참고했으며, 특정 창작자를 평가할 의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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