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록JAPROK MAGAZINE

매드맥스는 앞으로 달리는 영화가 아니라 되돌아오는 영화예요

매드맥스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장면은 총알이 세 발 남았을 때입니다. 남자가 멀리 있는 표적을 향해 두 발을 쏘고 둘 다 빗나가요. 그러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여자에게 총을 넘깁니다. 그리고 자기 어깨를 내줘요. 받침대로 쓰라고요. 여자는 그 어깨에 총을 얹고 한 발에 맞힙니다.

핵심 요약

  • 이 영화는 대사로 인물을 설명하지 않고 행동 하나로 관계를 바꿔놓습니다.
  • 액션의 중심을 화면 정중앙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컷이 빨라도 눈이 피로하지 않게 만들었어요.
  • 앞으로 도망치는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길로 되돌아오는 왕복 구조입니다.

매드맥스는 대사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 10초가 이 영화 전체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영화라면 여기서 대사가 들어가죠. 내가 못 맞히겠으니 네가 쏴라, 믿어도 되겠나, 이런 확인이요. 그런데 한 마디도 없습니다.

대신 정보가 전부 행동에 담겨 있어요.

행동 말하지 않고 전달된 것
두 발을 먼저 쏜다 이 남자도 자기 실력을 몰랐다
말없이 총을 넘긴다 자존심보다 생존이 먼저다
어깨를 받침대로 내준다 등을 맡길 만큼 신뢰가 넘어갔다
한 발에 맞힌다 그 판단이 옳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비극은 인물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모방하는 것이라고요. 성격은 행동의 결과로 드러나지, 설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2000년 넘게 반복된 이야기인데, 정작 지키는 영화가 드물어요. 대부분은 인물을 앉혀놓고 자기 사연을 말하게 합니다.

매드맥스는 그걸 안 합니다. 주인공은 초반 한참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도 이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관객이 압니다. 행동만 보고요.

착각 주의

이 영화를 대사가 부족한 영화로 오해하기 쉬운데, 부족한 게 아니라 필요가 없어서 안 넣은 겁니다. 설명이 빠진 자리를 행동이 전부 채우고 있어요.

말 없이 신뢰가 넘어가는 순서
1

두 발을 먼저 쏜다
이 남자도 자기 실력을 몰랐습니다

2

말없이 총을 넘긴다
자존심보다 생존이 먼저입니다

3

어깨를 받침대로 내준다
등을 맡길 만큼 신뢰가 넘어갔습니다

4

한 발에 맞힌다
그 판단이 옳았습니다

왜 빠른데 어지럽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상한 걸 느낍니다. 컷이 굉장히 빠른데 하나도 헷갈리지 않아요.

보통 액션영화에서 우리 눈은 컷이 바뀔 때마다 화면을 다시 훑습니다. 중요한 게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하니까요. 그게 반복되면 피로해지고, 나중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놓칩니다.

조지 밀러는 규칙을 하나 세웠어요. 봐야 할 것을 항상 화면 한가운데 둔다.

보통 액션영화 이 영화
중심이 컷마다 옮겨 다닌다 중심이 늘 화면 정중앙
눈이 매번 화면을 다시 훑는다 눈을 안 움직여도 된다
빠를수록 어지럽다 빨라도 따라간다

그래서 이 영화는 초당 컷 수를 늘리면서도 명료함을 잃지 않는, 흔치 않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편집자 선택도 유명한 이야기죠. 밀러는 액션영화를 편집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이 영화를 맡겼습니다. 액션에 익숙한 사람이 자르면 결국 여느 액션영화처럼 나올 것이라는 이유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저는 이 판단이 이 영화에서 가장 용감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함을 일부러 배제한 거예요. 그리고 그 편집은 아카데미 편집상을 받았습니다.

여기서 많이 착각해요

이 영화가 받은 아카데미 6개 부문은 편집·미술·의상·분장·음향 같은 기술 분야였습니다. 상 자체보다 중요한 건, 이 영화의 힘이 이야기가 아니라 만드는 방식에서 나왔다는 걸 심사도 알아봤다는 점이에요.

보통 액션영화와 이 영화
항목
보통 액션영화
이 영화
화면의 중심
컷마다 옮겨 다닌다
늘 화면 정중앙
관객의 눈
매번 화면을 다시 훑는다
안 움직여도 된다
속도가 빨라지면
어지럽다
빨라도 따라간다
매드맥스의 편집 방식을 나타낸 작업 화면
매드맥스의 편집 방식을 나타낸 작업 화면

실물의 무게

이 시리즈의 기준은 인공이냐 날것이냐였습니다. 화양연화가 그 둘을 겹쳐놨다면, 매드맥스는 날것 쪽 끝까지 갔습니다.

차를 실제로 만들었고, 실제로 사막에서 굴렸어요. 컴퓨터그래픽은 배경을 정리하거나 지울 것을 지우는 데 주로 쓰였습니다. 만들어내는 데가 아니라요.

촬영지도 사연이 있어요. 원래 호주에서 찍으려 했는데 이례적인 비가 내려서 사막에 꽃이 피어버렸습니다. 황무지를 찍어야 하는데 초원이 된 거죠. 결국 제작진은 나미비아로 옮겨 갔습니다.

저는 이 일화가 이 영화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그런 상황이면 그냥 합성합니다. 그런데 이 팀은 대륙을 옮겼어요.

왜 그게 중요하냐면요. 관객의 몸이 무게를 압니다. 쇳덩이가 실제로 부딪칠 때 나는 소리, 모래가 실제로 튀는 궤적, 사람이 실제로 매달려 흔들릴 때의 관성. 눈으로 구별 못 해도 몸이 압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밀도는 준비량에서 나왔습니다. 조지 밀러는 대본을 글로 쓰기 전에 스토리보드부터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수천 장 규모였다고 하죠.

대사로 설명하지 않겠다고 정했으면, 그림으로 전부 설계해야 합니다. 이 영화의 간결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엄청난 사전 작업의 결과예요.

기획 기간도 길었습니다. 조지 밀러가 이 이야기를 구상한 뒤 실제 개봉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앞선 시리즈가 1985년에 끝났으니 30년 만의 복귀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기술은 완전히 바뀌었죠. 그런데 매드맥스가 돌아오면서 택한 방식은 더 많이 합성하는 쪽이 아니라 더 많이 만드는 쪽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고집이었다고 봐요.

다시 볼 때 확인할 것


중요한 것이 화면 어디에 놓여 있는가


인물의 사연이 대사로 설명되는 장면이 있는가


차량이 부딪칠 때 소리와 움직임이 어떻게 다른가


왔던 길과 돌아가는 길이 같은 길인가

같은 길로 되돌아옵니다

이제 이 영화의 진짜 구조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이 영화는 도망치는 영화처럼 시작합니다. 억압하는 자를 등지고, 물이 통제되는 요새를 떠나, 어딘가에 있다는 녹색의 땅을 향해 달려요.

그런데 도착해보니 그 땅은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죽었어요. 희망의 목적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이 영화의 중간 지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결정이 나옵니다. 계속 앞으로 가서 소금 사막을 건너보자는 쪽과, 왔던 길로 되돌아가자는 쪽.

선택 의미
계속 앞으로 없을지도 모를 곳을 계속 찾는다
되돌아간다 있던 곳을 바꾼다

이 영화는 되돌아가는 쪽을 택합니다. 그래서 후반부는 앞서 지나온 길을 반대 방향으로 달려요. 같은 협곡, 같은 추격자들.

저는 이 구조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탈출극이 귀환극으로 뒤집히는 지점이거든요.

그리고 이건 낭만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밖에 낙원이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남은 선택지는 이미 아는 장소를 고치는 것뿐이에요. 물이 어디 있는지, 누가 그걸 쥐고 있는지 아는 곳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제목에는 남자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이 영화를 끌고 가는 사람도 다른 인물입니다. 그 어긋남 역시 의도된 것이라고 봐요. 이 남자는 자기 이름이 붙은 영화에서 조연을 자처합니다. 앞서 말한 총 세 발 장면이 그 선언이고요.

함정

이 영화를 단순한 추격전으로 요약하면 절반을 놓칩니다. 추격전은 맞는데, 방향이 중간에 반대로 꺾이는 추격전이에요. 그 꺾임이 이 영화의 주제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좋았다는 말만 하면 리뷰가 아니죠. 이 영화가 스스로 세운 기준으로 아쉬운 점을 짚겠습니다.

이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저는 그 원칙이 대부분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봐요.

그런데 주인공의 환영 장면들은 조금 다릅니다. 그가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불쑥불쑥 끼어들죠.

문제는 그 환영이 기능적으로만 쓰인다는 겁니다. 인물을 움직여야 할 때 나타나고, 필요가 끝나면 사라져요. 다뤄지지 않고 이용됩니다.

설명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꺼내놓고 방치하는 것은 다른 얘기예요. 차라리 아예 안 보여줬다면 더 일관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취향 문제에 가까운데, 이 영화가 두 시간 내내 한 가지 속도로 간다는 점입니다. 밀도가 높다는 건 장점이지만, 쉴 곳이 거의 없어요. 극장에서 처음 볼 때는 압도적인데, 다시 볼 때 피로하다는 분들도 이해가 됩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이 목록에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액션이 곧 인물 묘사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만큼 밀어붙인 영화가 없기 때문이에요.

작품 정보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영화진흥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매드맥스, 정리하면

다시 그 총 세 발 장면으로 돌아가 보죠.

하나, 이 영화는 행동으로만 인물을 만듭니다. 두 발을 놓치고 총을 넘기는 데 대사가 필요 없었어요.

둘, 봐야 할 것을 늘 화면 가운데 둡니다. 그래서 빨라도 어지럽지 않아요.

셋, 앞으로 달리다가 같은 길로 되돌아옵니다. 탈출극이 귀환극으로 뒤집혀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생각한 건 되돌아가는 결정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희망을 어딘가 다른 곳에 둡니다. 여기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 다른 곳이 이미 죽었다는 걸 확인시킨 다음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결론은 이겁니다. 구원은 도착하는 게 아니라 돌아와서 만드는 겁니다.

화양연화가 말하지 못한 것을 보관하는 이야기였다면, 매드맥스는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알고 방향을 돌리는 이야기예요. 정반대처럼 보이는데, 둘 다 다른 데를 보다가 결국 자기 자리로 돌아온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영화를 탈출극으로 기억하셨나요, 귀환극으로 기억하셨나요. 저는 극장에서 처음 볼 때 탈출극인 줄 알았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앞 시리즈를 안 봐도 이해되나요?

됩니다. 이 영화는 세계관을 설명하지 않는 대신 상황만으로 이해되게 만들어져 있어요. 물과 기름을 누가 쥐고 있는지만 알면 나머지는 화면이 알려줍니다.

QCG를 거의 안 썼다는 게 사실인가요?

안 쓴 건 아니고 쓰임새가 달랐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기보다 배경을 정리하고 지울 것을 지우는 데 주로 쓰였어요. 차량 액션의 상당 부분은 실제 촬영입니다.

Q왜 주인공이 주인공답지 않나요?

의도된 구성으로 봅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결정은 다른 인물이 내려요. 이 남자는 돕는 자리에 섭니다. 총을 넘기고 어깨를 내주는 장면이 그 선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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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이 글의 해석은 글쓴이의 의견이에요. 개봉 연도와 수상 내역 등 사실 정보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영화진흥위원회 자료를 참고했고, 제작 과정에 관한 내용은 널리 알려진 인터뷰와 보도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작품 이해에 필요한 범위에서 줄거리와 결말을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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