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록JAPROK MAGAZINE

눈물의 여왕은 이혼하려던 부부에게 시한부를 붙여서 시간을 만들어요

로맨스 드라마는 보통 어떻게 만나느냐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2024년에 방영한 이 작품은 어떻게 헤어지느냐에서 시작해요. 이혼 서류가 이미 준비돼 있고 마음도 식어 있습니다. 여기에 눈물의 여왕은 조건을 하나 붙입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

핵심 요약

  • 이혼 직전의 부부에게 시한부라는 조건을 붙입니다. 끝내려던 관계에 마감일이 생겨요.
  • 그러면 미루던 대화가 앞당겨집니다. 이 장치가 이야기를 굴리는 엔진이에요.
  • 다만 재벌 설정 때문에 현실의 이혼과는 조건이 크게 다릅니다. 그 점은 감안하고 봐야 해요.

눈물의 여왕은 마감일을 붙여서 시작합니다

눈물의 여왕의 설계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끝내려던 관계에 마감일을 붙였다.

이게 왜 효과적인지 보려면 마감일이 없을 때를 생각하면 됩니다.

마감일이 없을 때 생겼을 때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 아니면 못 한다
참는 게 이득 참을 이유가 없다
모른 척할 수 있다 모른 척이 안 된다

세 번째 줄이 눈물의 여왕의 엔진입니다.

관계가 나빠지는 방식은 대개 싸움이 아니에요. 미루기입니다. 지금 말하면 피곤하니까 나중에, 그러다 안 하게 되고요.

그리고 미루기가 가능한 이유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믿음이 사라지면 미루기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시한부라는 조건은 감정을 자극하는 장치이기 이전에 대화를 앞당기는 장치예요.

이 구분이 중요합니다. 전자면 신파고 후자면 구조거든요.

실제로 눈물의 여왕에서 인물들이 하는 일 대부분은 미뤄뒀던 말을 하는 것입니다. 사랑 고백보다 그때 왜 그랬는지를 묻는 대사가 더 많아요.

착각 주의

이 글에는 기본 설정과 전개의 방향이 나옵니다. 결말의 결정적인 부분은 옮기지 않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보고 싶다면 조심하세요.

눈물의 여왕이 뒤집는 로맨스의 문법

눈물의 여왕이 로맨스물의 흔한 문법을 하나 뒤집습니다.

보통 로맨스는 결혼에서 끝나요. 둘이 이어졌으니 이야기가 완성됐다는 뜻이죠.

흔한 로맨스 이 작품
결혼이 결말 결혼이 시작점
이어지면 끝 이어진 뒤가 문제
한 번 고르면 된다 계속 다시 골라야 한다

세 번째 줄이 눈물의 여왕의 주장입니다.

결혼은 한 번의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일 다시 하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오늘도 이 사람과 살 것인가를 계속 고르는 거예요. 1년이면 그 선택을 수백 번 하는 셈이고요.

그리고 대부분은 그 선택을 의식하지 않고 합니다. 관성으로 넘어가죠.

눈물의 여왕은 그 관성을 끊습니다. 이혼 서류로 한 번, 시한부로 또 한 번요.

그러면 인물들은 다시 고르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번에는 의식하면서요.

여기서 눈물의 여왕의 좋은 지점이 나옵니다. 다시 고르는 근거가 불꽃 같은 사랑이 아니에요. 대체로 기억입니다.

그때 저 사람이 나한테 뭘 해줬는지, 내가 뭘 놓쳤는지 같은 것들이요. 로맨스인데 회고물에 가까운 대목이 많은 이유입니다.

여기서 많이 착각해요

관계가 나빠지는 건 싸움이 아니라 미루기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미루기가 가능한 건 시간이 남았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은 그 믿음을 걷어냅니다.

눈물의 여왕에서 다시 고르는 선택이 되는 결혼
눈물의 여왕에서 다시 고르는 선택이 되는 결혼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 설정은 무엇을 하나

배경이 재벌가인 것도 짚어야 합니다. 흔한 설정이라 그냥 넘기기 쉬운데, 여기서는 기능이 분명해요.

설정 기능
재벌가 이혼이 개인의 일이 아니게 됨
경영권 감정 밖의 이해관계가 붙음
가족 구성원이 많음 둘만의 문제가 될 수 없음

즉 재벌 설정은 화려함보다 복잡함을 위해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마음을 정해도 주변이 안 놔주는 구조를 만드는 거죠.

참고로 16회 구성에 방영은 약 2개월이 걸렸습니다. 다만 여기서 대가도 발생합니다. 현실의 이혼과 조건이 너무 달라져요.

보통의 이혼에서 가장 무거운 문제는 돈과 아이와 살 곳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 셋이 문제가 안 돼요.

그래서 갈등이 감정과 오해 쪽으로만 몰립니다. 오해가 풀리면 해결되는 구조가 되고요.

이건 판타지로서는 자연스럽지만,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보면 빠진 부분이 큽니다. 현실에서 관계를 갈라놓는 건 대체로 오해가 아니라 조건이거든요.

가족 관계와 관련한 제도 정보는 대법원여성가족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볼 때 확인할 것


미뤄뒀던 말을 하는 장면이 몇 번인가


다시 고르는 근거가 감정인가 기억인가


재벌 설정이 갈등을 어떻게 늘리는가


돈과 살 곳이 문제가 되는 장면이 있는가

그 밖에 걸리는 점

아쉬운 부분도 적습니다.

하나, 중반 이후 사건이 많아집니다. 초반의 힘이 대화에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음모와 추격이 늘어나면서 그 밀도가 옅어져요.

둘, 조연들의 처리가 고르지 않습니다. 어떤 인물은 사연이 충분히 주어지고, 어떤 인물은 기능만 하다 사라집니다.

셋, 감정을 밀어붙이는 구간이 있습니다. 음악과 슬로 모션이 여기서 울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대목이 반복돼요.

이런 시청자에게 맞는지
대사 위주의 관계극을 좋아함 초반이 특히 좋음
사건과 반전을 원함 중반 이후가 맞음
절제된 연출을 좋아함 부담스러울 수 있음

다만 첫 번째는 눈물의 여왕만의 문제라기보다 회차 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긴 분량을 대화만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사건을 넣는 선택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다만 이 작품이 가장 잘하던 것이 뒤로 갈수록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함정

이 작품을 현실의 결혼 이야기로 읽으면 어긋납니다. 여기서는 돈과 살 곳이 문제가 아니라서, 현실에서 관계를 가르는 가장 큰 조건이 빠져 있어요.

그 밖에 걸리는 점
그 밖에 걸리는 점

눈물의 여왕, 정리하면

다시 그 마감일로 돌아갑니다.

하나, 끝내려던 관계에 마감일을 붙였습니다. 감정을 자극하는 장치이기 전에 대화를 앞당기는 장치예요.

둘, 결혼을 결말이 아니라 시작점으로 놓습니다. 한 번 고르는 게 아니라 계속 다시 고르는 일이라는 관점이고요.

셋, 재벌 설정은 화려함이 아니라 복잡함을 위해 있습니다. 다만 그 대가로 현실의 조건이 빠졌어요.

중반 이후 사건이 늘면서 초반의 밀도가 옅어진 건 아쉽습니다. 이 작품이 가장 잘하던 게 미뤄둔 말을 꺼내는 장면이었거든요.

기억할 문장은 하나예요. 관계는 싸워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미루다가 끝납니다. 이 드라마가 시한부를 붙인 건, 미룰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많이 슬픈가요?

슬픈 구간이 있습니다. 다만 초반은 대사의 재미가 더 큰 편이고, 감정이 크게 밀려오는 건 중반 이후예요. 나눠서 보기 좋은 구조입니다.

Q재벌 설정이 부담스럽지 않나요?

화려함보다 둘만의 문제가 될 수 없게 만드는 장치로 쓰입니다. 다만 그 때문에 현실의 이혼에서 가장 무거운 문제들이 빠지니, 그 점은 감안하고 보는 게 좋아요.

Q로맨스를 잘 안 보는데 볼 만한가요?

초반의 축이 연애가 아니라 관계 정리라 진입이 어렵지 않습니다. 미뤄둔 말을 꺼내는 이야기라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읽히는 편이에요.

출처

이 글의 해석은 글쓴이의 의견이에요. 작품 이해에 필요한 범위에서 설정과 전개의 방향을 언급했습니다. 드라마 속 상황은 창작이며, 실제 이혼과 가족 관계 제도는 대법원·여성가족부 안내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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