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록JAPROK MAGAZINE

나의 해방일지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계속 보게 돼요

사건이 거의 없습니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밥 먹고, 또 출근해요. 그런데 나의 해방일지는 그 반복만으로 사람을 붙잡습니다. 대사 하나가 유행어가 되기도 했고요. 추앙해요. 이 낯선 단어가 왜 남았는지가 이 드라마의 전부입니다.

핵심 요약

  • 2022년 작품이고, 서울 외곽에 사는 삼남매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 사건이 아니라 상태를 그려요.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상태요.
  • 추앙이라는 단어는 사랑보다 덜 닳아서 선택된 말입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상태를 그립니다

보통 드라마는 사건으로 굴러갑니다. 사고가 나고, 비밀이 밝혀지고, 누가 배신하죠.

그런데 이 작품에는 그런 게 거의 없습니다. 대신 상태가 있어요.

흔한 전개 이 작품
불행한 일이 생긴다 딱히 불행한 일은 없다
극복하고 성장한다 그냥 계속 산다
결말에서 해결된다 상태가 조금 달라진다

첫 줄이 중요합니다. 인물들에게 큰 불행이 닥친 게 아니에요.

그런데 다들 지쳐 있습니다. 이게 이 드라마가 잡아낸 지점입니다. 말할 만한 이유가 없는 피로요.

누가 물으면 대답할 게 없습니다. 회사도 다니고 집도 있고 가족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의 해방일지의 인물들은 자기 상태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 답답함이 이야기의 동력이에요.

관련 방송·콘텐츠 자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착각 주의

이 글에는 설정과 인물 관계가 나옵니다. 결말은 밝히지 않아요. 또한 이 작품은 알코올 의존을 다루는 인물이 나옵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상태를 그립니다
나의 해방일지는 상태를 그립니다

추앙이라는 단어가 남은 이유

이 드라마의 가장 유명한 대사는 추앙해요입니다.

일상에서 안 쓰는 말이죠. 그래서 처음 들으면 어색합니다. 그런데 그 어색함이 핵심이에요.

사랑해요 추앙해요
너무 많이 쓰여 닳음 거의 안 써서 새것
주고받는 관계 한쪽이 보내는 관계
조건이 붙음 조건 없이 받아들임

두 번째 줄이 이 단어를 고른 이유입니다. 추앙은 돌려받는 걸 전제하지 않아요.

그래서 인물이 요구하는 게 이상해 보입니다. 나를 채워달라는 거니까요.

그런데 이게 반전이에요. 그 요구를 받아들인 쪽도 채워집니다.

주는 사람이 아무것도 안 잃는 구조거든요. 오히려 줄 것이 있다는 사실이 그 사람을 세워요.

그래서 이 관계는 연애처럼 보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서로를 고쳐주려 하지 않는 관계예요.

충고도 하지 않고 바꾸려 들지도 않습니다. 그냥 있는 상태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이 드라마가 말하는 해방에 가깝습니다.

놓치면 다른 영화가 돼요

추앙이 선택된 건 덜 닳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돌려받는 걸 전제하지 않아요. 그런데 주는 쪽도 결국 채워집니다.

고치려 들지 않는 관계
고치려 들지 않는 관계

출퇴근 장면이 계속 나오는 이유

이 드라마에는 버스와 전철 장면이 아주 많습니다. 편집으로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요.

장면 담기는 것
긴 이동 하루에서 빠져나가는 시간
막차 선택지가 없는 상태
같은 길 바뀌지 않는 생활

첫 줄이 핵심입니다. 이동 시간은 아무것도 아닌 시간인데 하루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서울 외곽에 산다는 설정이 여기서 힘을 냅니다. 그 거리가 인물의 처지를 설명하니까요.

말로 나는 지쳤다고 하는 것보다, 매일 같은 길을 오가는 장면이 훨씬 정확합니다.

여기서 함정이 하나 있어요. 이 드라마를 느리다고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초반은 느립니다. 사건을 기다리면 지루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사건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보면 안 되는 종류입니다.

대사와 표정, 그리고 반복되는 이동을 그냥 따라가는 게 맞는 감상법이에요.

그렇게 보면 어느 순간 인물의 말이 내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때부터는 안 끊깁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는 2022년에 방영했고, 전체 16부 구성입니다.

방영 당시보다 이후에 더 회자된 작품이라, 1년이 지나서 본 사람도 많습니다. 유행어처럼 퍼진 대사가 입구가 된 경우죠.

그래서 지금 봐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난 뒤에 더 맞는 종류의 이야기예요.

함정

초반이 느린 건 사실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사건을 기다리며 보면 안 맞아요. 대사와 반복되는 이동을 따라가는 쪽이 맞는 감상법입니다.

이 드라마가 잘 맞는 사람


사건보다 대사를 좋아하는 편


느린 전개를 견딜 수 있는 편


일상의 피로에 공감하는 편


명확한 결말을 꼭 원하지 않는 편

나의 해방일지, 정리하면

다시 그 반복되는 하루로 돌아가 보죠.

하나, 사건이 아니라 상태입니다. 큰 불행이 없는데도 지쳐 있는 상태요.

둘, 추앙은 덜 닳은 단어입니다. 돌려받는 걸 전제하지 않아서 선택됐어요.

셋, 출퇴근이 설명을 대신합니다. 말보다 정확한 방식이에요.

넷, 고치려 들지 않는 관계입니다. 그게 이 작품이 말하는 해방에 가깝습니다.

기억할 문장은 하나예요. 나의 해방일지는 나아지라고 하지 않고 그대로 두라고 말하는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위로가 오래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정말 아무 사건도 없나요?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중심이 사건이 아니라 인물의 상태예요. 큰 반전을 기대하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Q몇 화쯤부터 재미있어지나요?

사람마다 다르지만 초반 3~4화를 넘기면서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사가 쌓여야 작동하는 구조라서요.

Q무거운 장면이 있나요?

알코올 의존을 다루는 인물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묘사보다 상황으로 처리한 편이지만, 관련해 힘든 시기라면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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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공개된 줄거리와 설정을 바탕으로 한 감상입니다. 작품 해석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이미지는 작품의 장면이 아니라 글의 정서를 위해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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